나는 캐나다 벤쿠버에 사는 소위 이민자이다. 고국을 버리고 이곳에 자리잡은지 어언 10여년이 지나고 있다. 처음엔 영어 공부를 해봐야 겠다는 일념으로 캐나다에 도착했고 이제는 아들의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버티며 살고 있다. 그런 나에게 고국에서 들리는 정치며 경제며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거리감이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유일하게 그 끈을 부여 잡고 놓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축구다. 워낙 축구 마니아인데다가 축구가 주는 이상스러울 정도의 애국주의는 특히 타향살이를 하는 우리들에게는 마치 열병과도 같은 것이다. 그 열병의 발병원인은 아마도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다. 한국 축구 최초, 아니 아시아 최고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기록하며 한반도 일대를 열병의 도가니로 몰고 간 이 역사적인 사건은 이후 사회 전반적인 트랜드의 일대 변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그 당시 월드컵을 응원하며 경험한 10대들의 겁 없는 도전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물들이 축구뿐만 아니라 올해 동계 올림픽에서의 선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우리도 하면 된다는 식의 자기 최면이 시작되고 몇 년 전만 해도 감히 한국인의 체구에는 맞지 않는 다는 몇몇 종목에까지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그 선상에 우리의 여자 축구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얼마전 U-20 여자 축구의 세계 3위에 이어 그 동생들인 U-17 여자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강국들을 모두 제치며 결국 결승에 오르게 되었다.
우리는 늘 우리나라 남자 국가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세계 44위의 축구 후진국에 월드컵 역사상 자국에서 치러진 경기를 제외한 어떤 대회에서도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같은 강팀들을 만나면 큰 스코어 차이로 져도 그 투지 만큼은 높이 사야 된다며 스스로를 위안해 왔다.
그러나 여자 축구에 있어서는 이제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당연히 우리는 4강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이며 이것이 기적이라든지 새로운 역사라든지 라는 미사어구를 가져다 붙여서도 안될 일이 되었다. 우리의 목표는 이제는 우승이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어느 누가 봐도 매 경기의 결과는 운이 아닌 진정한 실력으로 가능한 일임을 알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날 아침 진정으로 가슴 저리게 열심히 뛰어진 어린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특히 골 세레 머니로 큰절을 선택해준 기특한 10대 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을 보며 눈시울이 불거지며 나도 모르게 벅차오는 기쁨에 눈물을 흘려 버렸다.
너무도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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