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9

육아일기 - 1월 4일 포근한 날씨

아빠랑 노느라 엄마가 일기쓰는 것도 미루는 구나. 우리 아가 노는 움직임이 날마다 조금씩 커지고 빈번해졌다. 신기할 뿐이다. 이제 21주, 6개월에 접어들었다. 나날이 배나오는 모습, 아가가 크는 대로 늘어나는 배의 탄력도 신기하다. 엄마 뱃살 트지 말라고 오일을 발라 주기는 하는데 자누는 못하는 구나. 갑자기 문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니 옆집에 사시는 대모님ㅇ 오징어 젓갈을 가져 오셨네. 우린 맨날 얻어 먹기만 하는 구나. 오늘 아빠는 엄마가 자쭈 우리 둘이(엄마, 아빠) 먹을 때도 아빠랑 똑같은 우리아가 다섯살 쯤 모습을 상상해서 이야기 하니까 진자 우리 아가가 다섯살은 된것 같다고 한다. 엄만 아가가 커가는 모습 세상에서 살아갈 생각을 하면 대견하고 우습기도 하단다. 하지만 쉬운 일보다는 어려운 일..

For my son. 2010.08.23

우리아가 육아일기 - 12월 5일 맑았어

안녕? 아가 오늘은 우리 아가가 피곤해 하는 것 같았어. 움직일때 배를 잡고 있어야 좀 편했었거든. 오전에 숙모가 입원한 병원에 가려고 김밥이며 유부밥이며 국이며 샌드위치며 챙기느라 좀 힘들었었지. 그래도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기쁜일이야. 내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기쁘지. "아가 너도 분명 나눌 줄 아는 따뜻함을 지녔을 거야. 남을 위해 너와 함께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기쁜것을 보면 말야." 엄마가 김밥싸며 이런 말을 했었지? 오후에 아빠랑 병원을 갔었어. 그리고 우리에게 너를 보내주신 분에게 그리고 건강한 너에게 고마웠어. 건강하다는 것은 축복이야. 또 즐거운 시간. 우린 남산 식물원에 갔었지. 남산 식물원은 네군데 식물원으로 나뉘어져 있어. 커다란 나무..

For my son. 2010.07.09

우리아가 육아일기 - 12월 4일 (흐리고 저녁엔 비)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12월이고 4일이 지났다. 저녁때 비가 오려고 해서인지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이다. 오늘은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들었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서 엄마가 무척 힘들었다. 너도 그랬을 거야. 아빠가 엄마랑 우리 아가 생각해서 좀 다독여주고 따뜻하게 해줬음 하는데 아빠도 힘들어서 온통 다른곳에 정신이 팔린 사람같다. 아빠 힘든 것 생각해서 엄마 힘들어도 참고 또 참는데 오늘은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아빤 엄마에게 "나도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화낸다. 다른 때도 아니고 엄마가 한참 예민해져 있고 너와 함께 스트레스 받고 있는데 이해를 못해준다. 그래서 엄마는 우리 아가 생각해서 마음을 다독이려 하는데 쉽지 않구나. 오전에 샐러드 만들어서 반장님 병문안 다녀왔지. 그리고 저녁 미..

For my son. 2010.07.08

우리아가 육아일기 - 12월 3일 맑고 따뜻해

아빠는 요즘 무척 힘들어하셔. 오후 2시에 나가서 어젠 새벽 2시에 들어오셧단다. 어젠 술한잔도 하고 들어오셨지. 아가랑 엄마랑 모르는 줄 알고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양말도 신은 채 양치질부터 하더라. 우린 졸린 눈을 비비며 웃었지. 양치질 하면 술 먹고 온 줄 모를까봐서? 그래도 아침에 너 배 고플까봐 북어국에 밥 말아먹고 아빠랑 백화점엘 갔다. 우리 아가가 곧 신을 앙징 맞은 신발도 보고 예쁜 옷도 봤지. 세달 즘 있다가 아빠랑 너에게 필요한 옷이며, 기저귀며, 우유병이며 준비 할꺼야. 고운 빛깔의 천도 끊어 와서 네 이불도 만들 텐데 할 줄 몰라 은근히 걱정이 된다. 남자아기의 옷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을 보면 넌 남자 아이인줄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어. 백화점 다녀와서 너무 피곤했나보다. 엄마 ..

For my son. 2010.07.07

우리 아가 육아일기 - 11월 27일

오늘까지 조심하고 누워있으려니 무척 갑갑하다. 양수검사를 해서 오늘까지 샤워도 하지말고 누워 있으랬거든. 이리 누워서 시를 읽고 저리 누워 시를 읽고 지치면 조심해서 걸어보고, 한 생명을 맡아 기르는 일이 이토록 크나큰 노력이 필요하다니 ... 오늘도 너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 웃고 또 쳐다보고. 너도 알겠지만 엄마는 반 성의 시간도 가졌단다. 너의 외할머니꺼서 전화를 하셨는데 엄마가 너무 쉽 게 말하고 경박하게 굴었단다.외할머니께서 "아이 듣는데 그렇게 말을 쉽게해 선 안된단다. 뭐든지 좋고 곱게 봐야 하는 거야 알겠지만? 나보다 더 나쁜 환 경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렴" 엄마는 너에게 또 미안해졌지. 제발 바르 고 건강하게 태어나 달라고 기도하면서 너에게 사과를 했지. 요즘 미사보는 일도 게으르고 ..

For my son. 2010.06.22

우리아가 육아일기 - 11월 25일

갑자기 추워졌다 아가 겨울이 왔나보다.바로이것이 겨울이야. 코날이 싸하고 머리카락 사이로 찬바람이 씽씽돌고 나도모르게 옷깃을 여미 게 되는것. 오늘은 엄마 '시공부'가는 날이야. 엄만 몇달전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국문학과를 다니면서도 기란 한편도 써본적이 없는데, 좀 가볍고 겁없이 시작하게 되었단다. 그런데도 좋은 사람을 만나는 재미, 시평하는 재미,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재미에 푸-욱빠졌어 엄만. (무엇보다도) 너에게 좋은 이야기, 좋으 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어 무척 기쁘다. 행운이라 생각해. 너와 함께 쓴 우편의 시를 내고 칭찬받았단다. 앞으로도 열심히 써보자. 오늘은 우리 아가가 조용하구나. 어제 그제는 조금 아프게 차더니 오늘은 무척 얌전할걸. 내일은 아침일찍 아빠..

For my son. 2010.06.21

우리아가 육아일기 - 11월 24일 (16주 3일)

비가와. 아침부터 흐리더니 저녁을 준비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더구나. 하루종일 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속삭이고 어떤 일기를 쓸까 생각해. 비가 온다. 아가 비는 대기중의 수증기가 높은 곳에서 찬 기운을 만나 엉겨 맺혀서 당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말한다. 이건 하나의 현상이고 오늘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나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집 한쪽 -동쪽이지- 으론 한강의 샛강이 흐르고 줄줄이 불을 밝힌 자동차들의 행령이 반짝이는 도로가 있지. 그리고 다른편 -서쪽- 으론 해지는 모습을 볼수 있는데 지금 아기자기 따듯한 집들의 불빛이 정겹게 보인다. 엄만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여 마셨단다. 싱싱한 과일 향기. 건강한 흙 내음, 시원한 바람냄새 가을 마른 잎사귀 냄새가 가득 들어온다. 정신이 번쩍난다...

For my son. 2010.06.18

우리아가 육아일기 - 11월 23일 (16주 2일)

아빠가 12시쯤 들어오시기 대문에 엄만 늘 늦잠을 잤지. 밤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가에게 좋다는 책을 읽고 노력해 보기로 햇어. 어젠 '너에게 좋은 음식' '너에게 좋은 생활'을 메모지에 빼곡히 정리해 놓고 '너를 위한 엄마의 시간표'를 짰어. 아빠도 읽어보고 좋아하셨어. 그리고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지. 아침을 먹고 아빠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엄만 성당 반 모임을 갔다. 일주일 동안 성서를 접하는 유일한 시간이지. 오늘은 참 좋은 자매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지 돌아와서 점심 준비하다 엄마가 심술이 났어. 엄만 널 위해 조심조심 준비하고 노력하는데 아빠는 전혀 엄마와 너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아빠에게 이러이러해서 섭섭하다고 얘기했어. 아마도 우리 아가가..

For my son. 2010.06.17

우리아가 육아일기 - 11월 20일 (15주 6일)

먼훗날 우리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기가 언제일까 되돌아보면 아마도 우리 아가와 함께 한 이 시기일꺼야. 아기야 너와 함께한지 어느덧 오개월이다. 네가 엄마말을 듣고 있을거라 믿고 엄마의 감정, 사랑을 알고 일으거라 믿고 그 동안 엄마는 길을 걸으면서, 낙엽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TV를 보면서 늘 이야기를 한단다. 아빠는 밤마다 잠자리에 누워 너에게 하루 잘 지냈는지 묻고, 좋은 이야기도 들려주고 아빠의 하루 생활도 들려 주었단다. 영어 이야기 하고 해석도 해주고 너에게 늘 뽀뽀해주고 따듯한 손으로 너를 어루만져 주었지. 드동안 엄마, 아빠는 우리 아가가 건강하지 않을까봐, 아플가봐 얼마나 걱정하고 맘 졸였는지 모른다. 네가 엄마에게 찾아오고 8주가 되던때 의사 선생님께서 네가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

For my son. 201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