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my son.

우리아가 육아일기 - 12월 3일 맑고 따뜻해

하이잭커 2010. 7. 7. 14:47

아빠는 요즘 무척 힘들어하셔. 오후 2시에 나가서 어젠 새벽 2시에 들어오셧단다.

어젠 술한잔도 하고 들어오셨지. 아가랑 엄마랑 모르는 줄 알고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양말도 신은 채 양치질부터 하더라.

우린 졸린 눈을 비비며 웃었지. 양치질 하면 술 먹고 온 줄 모를까봐서?

그래도 아침에 너 배 고플까봐 북어국에 밥 말아먹고 아빠랑 백화점엘 갔다.

우리 아가가 곧 신을 앙징 맞은 신발도 보고 예쁜 옷도 봤지. 세달 즘 있다가 아빠랑 너에게 필요한 옷이며, 기저귀며, 우유병이며 준비 할꺼야.

고운 빛깔의 천도 끊어 와서 네 이불도 만들 텐데 할 줄 몰라 은근히 걱정이 된다.

남자아기의 옷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을 보면 넌 남자 아이인줄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어.

백화점 다녀와서 너무 피곤했나보다. 엄마 오후엔 빨래며 청소며 하면서 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두 시간쯤 쉬었다가 미사를 보러갔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엄마의 죄를 다 고백하고 신부님의 보속을 들었다. - 너도 나중에 고백성사를 보게 될텐데......

그런데 그게 며칠 동안 내가 해야지 하는 일중의 하나였어 하느님께서 벌써 벌써 엄마에게 일러 주셨나 보다. 이건 기밀이지만.

"아이와 함께 있는 첫 마지막 성탄이겠군요. 성모님의 잉태와 예수님의 탄생을 생각해 볼 기회입니다.... 그래서 자매님은 성모님의 마음을 더욱 이해할 계기가 생겼네요...... 아이를 위해서 기도하세요."라고 말씀하셨지.

엄마가 그동안 왜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알것 같았고. 널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고 있었던 거야.

오늘도 아빤 늦으셔. 그래도 몹시 기다려지지? 신기하게도 아빠의 따뜻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네가 느껴진단다.

오늘도 잘 자거라. 그리고 내일 만나자.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