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했다.
속이 느글거리고 매스꺼워서 토할 것만 같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토악질을 참다가 끝내 화장실로 달려갔다.
영화를 보면서 토악질을 하다니 ..처음이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노인의 성욕, 학교에서의 집단 성추행, 피해자의 자살, 가족의 해체..그런데 그것을 전혀 불편하게 바라보지 않는 여인, 미자가 있다.
미자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고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팔을 불고 다닌다. 자신이 나팔을 부는지도 모르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처럼 그냥 나팔을 분다. 칠 벗겨진 싸구려 나팔을.
더구나 시를 통해서 나팔을 불고 싶어 한다. 옛날의 부귀영화는 빛바랜 채 이젠 감정의 장식품 이거나 사교의 매개체 이거나 친선의 도구로 전락한 시를 통해서 말이다.
그 나팔소리가 신경에 거슬린다. 내 반응에는 아랑곳 않고 힘 없는 미자는 홀로라도 회개하고 싶어 한다.
미자는 오롯이 느끼고 반응하며 공감한다.
미자는 '느껴지는 것은 느껴라,보이는 것은 보아라, 들리는 것은 들어라' 라고 말한다. 외롭고 고통스러워도 외면하지 말라고 한다.
이것이 강물 위로 떠서 흐르는 '날 것의 삶'이라 말한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냥 강물에 뜰 수 있는 만큼의 무게라고.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시는, 마음 깊은 곳에 또아리 튼 어리숙한 미자를 흔들어 깨우라는 껄끄러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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