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있어서 응원이란 무엇일까?
전 세계를 통틀어 축구만큼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도 드물다. 특히 월드컵 기간이면 전 세계인의 이목이 한곳으로 집중되고 경기의 승패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길거리 응원의 새로운 장을 열게되었다. 세계인도 놀라게 한 붉은 물결의 응원 인파를 자랑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4강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2002년을 돌아보면 거의 반 미친 사람들처럼 길거리로 나와 정신없이 응원하고 경기 후에도 길거리를 활보하며 그 즐거움을 만킥했던 기억이 누구나 한번씩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만큼 이 응원이라는 것이 스포츠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가공할만한 원동력을 갖게 되는 법이다.
국가조차 자막처리하지 않은 SBS
오늘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과연 나는 누구의 편이 되어 열과 성의를 다해 응원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게 되었다. 그 이유인즉 시망과 호날두의 열렬한 팬으로 그래 축구는 저렇게 해야하는 거야 라며 늘 칭찬을 아끼지 나로서는 호날두의 포르투갈인지 아니면 같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을 응원해야하는 건지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고민은 경기 시작과 함께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TV화면은 세계3위이자 전세계 여성 축구팬의 로망인 호날두의 얼굴과 함께 포르투갈 팬들을 중심으로 편집이 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SBS에서의 자막도 포르투갈 국가의 내용은 자세히 설명하면서 북한의 국가가 나오는 동안에는 한마디의 설명도 해주지 않고 있었다. 물론 국가라는 개념을 놓고 봤을때 우리가 북한을 한 나라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북한것은 국가라고는 볼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한 스포츠 경기에 들려주는 노래의 노랫말쯤은 다른 나라와 공정하게 방송을 해주어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점점 내 마음은 같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넘어 약자의 편에 서게되는 일종의 측은지심이 동하기 시작했다.
또 한번의 반란을 꿈꾸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북한의 또 한번의 반란을 꿈꾸며 열심히 응원했고 전반 28분 첫골이 터지기까지의 북한의 공격과 수비는 세계3위의 공격력과 수비앞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몇차례 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찬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전반 13분경에 홍영조에 의한 정대세를 향한 패스는 비로 인해 미끄로운 상황만 아니었어도 첫골이 되고도 남는 장면이었다. 북한선수들은 지능적으로 비가 내리는 운동장의 상황을 잘 활용했고 멋진 중거리 슛으로 쉴새 없이 포르투갈의 골문을 두드렸다. 1대0으로 끝난 전반전은 다시한번의 반란을 꿈꾸기에 충분할 정도로 북한선수들은 잘 싸워주었다. 하지만 후반 이후 점수를 만회해보려는 북한팀의 적극적인 공격이 오히려 질식수비라 불리던 수비에 공간을 내주게 되었고 많은 점수를 내주며 16강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비난보다는 격려를 보내주어야 할 우리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의 7대0이라는 점수 차이는 어떤 이유로든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선수들에게는 쏟아지는 야유는 피해가고 싶은 일 일것이다. 이미 한국내 유명 포탈 사이트에는 '북한선수들의 탄광행'이라는 검색어가 1,2위에 랭크될 정도로 이들의 패배는 브라질전에서 벌어놓은 긍정적인 면들을 일순간에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국언론들의 조롱성 질문 또한 이 경기이후 더 심해지리라는 점은 물보듯 뻔해졌다. 그러나 스포츠는 정치적인 것과는 별개로 취급이 되어져야 한다. 그들이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마저 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민족으로서 신중하게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 북한팀은 남은 경기와는 상관없이 16강 탈락을 했지만 마지막 투혼을 보여주길 바란다. 또한 진정한 페어플레이로서 국제 사회가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에 대한 극복과 함께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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